| 가계와 기업의 엇갈린 기대 |
[상반기 지표] 2025년 최고점을 기록한 가계의 경기 전망과 코로나 이후 최악의 경기 전망을 그리는 광주·전남 제조업
▲ 사진 출처 : 해럴드 경제(『석유화학 불황에 여수산단 LG화학 사택도 매각하나』, 2025.5.7)
5월 대선을 앞두고, 한국은행 광주전남본부가 광주전남지역 소재 601개 사업체(제조업 264개, 비제조업276개)를 대상으로 했던 체감경기지수(CBSI)는 2025년 들어 최고점을 갱신했다(93.8p). 국내외 정치가 불안에 휩싸였던 1월 체감경기(81.0p)보다 12.8p 상승했고, 6월 전망에 대해서도 광주의 과반수 기업이 긍정적으로 답했다. 기업들은 자금 사정은 좋지 않지만, 내수 판매와 수출에 대한 전망은 좋다고 답변했다.
▲ 출처 : 한국은행 광주전남본부(2025.6.30)
소비자 및 노동자의 기대심리 또한 높아졌다. 2024년 12월 91.5p에서 79.4p로 곤두박질 쳤던 소비자심리지수는 5월에 94.7p로 작년 소비자심리를 겨우 따라잡더니, 6월에는 101.5로 100p를 넘겨 처음으로 낙관적인 전망을 보여줬다. 전국의 소비자심리지수는 한발 앞서 5월에 100p를 넘겼다. 6월 가계의 향후 경기전망(106p), 취업기회 전망(99p)은 모두 전월보다 낙관적이다. 가계는 물가는 떨어지고, 주택가격(110p)과 임금수준(120p)은 상당수 오를 것으로 전망했다. 이는 2025년들어 가장 높은 기대수치였다.
▲ 출처 : 한국은행 광주전남본부(2025.6.30)
그러나 지속적인 상승세인 가계와는 달리, 대선 이후 광주전남 기업들의 6월 체감 경기와 7월 전망은 급격한 하락세를 보인다. 이는 전국 평균보다도 현저히 큰 낙폭이다. 제조업 심리지수는 81.6p로 계엄 직후 1월로 되돌아갔고, 7월 전망은 79.5p로 이보다 낮은 수치는 코로나 확산 직후 공장 가동 중단 등이 있었던 20년 상반기에나 볼 수 있다.
기업 경기체감의 하향세를 견인하고 있는 것은 전남이다. 그나마 긍정적인 광주에 비해, 전남의 6월 체감 경기는 73.6p로 지난 1월 보다도 낮다. 국내 정치의 안정에도 불구하고, 업황, 생산, 신규 수주, 제품 제고, 자금 사정이 모두 안 좋아진 결과다.
즉, 대선 이후 정치 안정이 실물 경제 실적의 악화를 반등시키지 못했다. 특히 석유화학산업의 깊은 부진으로 여수 산단이 운영 중단까지 고려되고 있는 상황에서 전남의 체감 경기는 더욱 심각할 것으로 보인다.
그 결과 6월 가계와 기업 간의 기대가 엇갈렸다. 가계는 낙관적인 미래를 그리고 있는데, 당장의 광주 전남의 기업 경기는 좋지 않다. 고용 기대와 실질적 고용 여력, 임금 기대와 실질 임금 상승 전망이 어긋났다.
| 좋은 소식 없는 2025년 상반기 광주전남 고용지표 |
실제 상반기 광주전남고용노동통계는 전년 대비 더 악화되었다. 2024년이 2023년보다 고용지표가 좋지 않았음을 고려하면, 광주와 전남지역의 일자리는 2024년에 이어 올 해도 우하향 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참고_『 2024년 하락횡보세의 광주전남, 2025년 전망 흐림』)
▲ 기초 자료 출처 : 고용노동부, 고용노동통계
광주의 경우 5월 기준 전년동월 대비 -4,557개의 일자리가 줄었다. 일자리 감소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 것은 건설업(-2,342)과 제조업(-3,042)이다. 그러나 좀 더 우려할 산업이 있는데, 2023년과 2024년 대규모의 일자리 형성를 통해 일자리 감소를 상쇄했던 보건업 및 사회복지 서비스업이다. 보건업 및 사회복지 서비스업은 2025년 4월 처음으로 전년 동월대비 일자리 수가 마이너스로 전환되었고, 5월에야 회복했다. 전국적으로 전년 동월대비 8만 여개의 일자리가 보건업 및 사회복지 서비스업에서 새로 형성되었는데, 광주만 하향세로 돌입한 것이다.
광주시는 2022년부터 모빌리티신산업(미래차, AI 등)을 육성하겠다며 나서고 있지만, 고용 측면에서 제조업, 정보통신업, 전문 과학 및 기술서비스업 일자리가 모두 전년 동월 대비 감소해, 3년이 지난 지금까지 정책의 실효가 눈에 띄게 나타나지는 않고 있다. 오히려 매년 1만~2만명씩 증가하던 사회복지서비스업 또한 감소 또는 정체국면에 들어서며, 어떤 산업의 이점도 보이지 않는 상태다.
▲ 기초 자료 출처 : 고용노동부, 고용노동통계
전남의 경우, 1월 건설업 일자리의 대대적 감소(-9,475)로 1만 4천개의 일자리가 전년동월대비 사라졌지만, 5월에 이르러서는 보건업 및 사회복지 서비스업의 견인으로 일자리가 전년 동월대비 3,800개 가량 증가했다. 그러나 전남의 주요 수출경제를 책임지고 있는 제조업 일자리가 2023년 이후 전년동월대비 하락세를 지속하고 있다. 그 이유로 꼽히는 것은 여수산단의 침체라 할 수 있다. 현재 석유화학산업은 국제 경기 침체와 중국발 생산으로 경쟁력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여수산단 일부의 가동 중단까지 언급되고 있으며, 제일 고용 구조가 취약한 하청 업체부터 구조조정이 진행되고 있다.
| 전라남도의 핵심 산업, 석유화학의 위기와 책임 |
▲기초 자료 출처 : 한국무역협회 광주전남지부, 광주전남 수출입 동향
전라남도 석유제품 수출은 2022년에 고점을 찍고 2023년부터 침체에 빠졌다. 2024년 상반기에 회복하는 듯 하였으나, 6월 이후 다시 급감하였고, 결국 2023년 대비 2024년 총 수출액은 -5.9%를 기록하며 마무리지어졌다. 2025년 현재 2024년보다 나아졌다는 신호가 전혀 보이지 않고, 전년 동월 대비 감소세를 지속하고 있다.
다소 수출감소율이 줄어들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2024년 6월 전년 동월대비 -11%를 기록한 것에 따른 착시 효과일 뿐이다. 단순 6월만 비교하면, 2022년 6월 석유제품의 수출 금액은 19.8억이었으나 2025년 6월엔 10.3억으로 3년 전에 비해 반토막 난 상황이다.
2020년 코로나 이후 유래 없는 전남의 비관적인 경기 전망은 이런 현실에 기반하고 있다. 여수시는 지난 5월 ‘산업위기 선제대응지역’으로 선정되었다.
이러한 전라남도의 최근 지표만 보면, 여수산단의 침체는 가히 위협적으로 느껴질 수 있다. 그러나 지난 여수시의 석유제품 및 석유화학제품 수출액의 20년간의 추이를 보면 현재 여수산단의 기업들이 단순히 우는 소리만 하고 있어도 되는 지에 대해서는 물음표가 붙는다.
▲ 출처 : 한국무역협회 지자체 수출입 통계(여수시, MTI, 2단위) 재가공
여수 산단이 기록해 온 수출 금액을 보자. 2008년이후 200억 달러 밑을 기록한 해가 드물 정도다. 2022년에는 346억달러에 달하기도 했다. 물론 원료의 수입을 감안하면 이를 영업이익으로 치환할 수는 없을 것이다. 다만 여수시의 무역수지는 2015년 이래 지속적으로 흑자를 기록해왔고, 심지어 석유제품 및 석유화학 제품의 수출 중량은 2019년 이래 눈에 띄게 큰 변동은 없다. 수출액이 급감하는 원인은 결국 중국제품과의 가격 경쟁 때문이다. 석유제품 및 석유화학제품의 경쟁력을 제고하는데 있어 기업의 기술 개발은 불가피하다. 더불어 생산량이 막대하게 줄어든 것이 아니니만큼 고용이 급감할 필요도 없다. 20년 전과 비교하면 격세지감의 수익을 올려온 만큼 위기 국면에 대한 책임 또한 함께해야 할 것이다. 지역의 고용 문제와 지역 산업의 국제적 경쟁력에 대해 기업 스스로 책임질 때, 지자체에서도 산업 지원 방향의 명분이 생긴다.
| 광주 ·전남, 2025년 3분기 반등할 수 있을까? |
확실한 것은 효과가 불확실한 소비 쿠폰 밖에 없는 하반기
2025년 초만 해도 정치적 불안정성이 소비심리와 경기를 위축시켰다는 평이 많았다. 그래서 대선만 끝나면, 국제 정세에도 능동적으로 대응할 수 있다는 기대와 경기 활성화가 어느 정도 가능할 거라는 기대가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그것이 가계의 경제 전망에 대한 기대심리로 이어졌다.
그러나 대선이 가져온 기대심리는 기업의 실적 악화 앞에 차갑게 식어버렸다. 기업의 경기 전망과 투자 심리는 위축되었다. 과연 가계의 전망대로, 고용과 물가, 임금이 호조세를 그릴 수 있을지는 불투명하다.
기업들은 수출 부진과 내수 부진을 경기 침체의 요인으로 언급하고 있지만, 현 정부의 지역상권쿠폰(이하 ‘소비쿠폰’)지급정책은 지역 기업들의 실적을 올릴 만큼의 내수 반등은 일으키지 못하고 보여주기식 정책으로 끝날 가능성이 높다. 예컨대, 정부가 지급할 소비 쿠폰이 여수 산단의 수출을 독려하거나, 광주나 전남의 A.I산업, 또는 건설업을 끌어올리거나, 금호타이어의 화재 후 회복이나 위니아 전자 600억 임금 체불 후 파산 사태에 해결책이 될 거라고 보긴 어렵다.
소비쿠폰은 연 매출액 30억원 이하 매장에서만 쓸 수 있는데, 일부 자영업의 부채탕감에는 도움이 될 수 있을지언정 해당 사업장들의 신장을 통해 건설업, 제조업, 사회복지서비스업 중심의 지역 산업 침체 구조를 혁신 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소비쿠폰에 쓰인 예산이 13.9조원인데, 전라남도가 중앙부처에 내년 국정과제 선정을 요구한 ‘석유화학 대전환 메가프로젝트’의 예산 금액이 2.6조원이다. 물론 2.6조원이 산업 대전환의 효과를 낼 수 있을지도 미지수지만, 일시적인 소비쿠폰이 그 여섯 배의 금액에 걸맞은 경기 회복 효과를 볼 수 있을지는 더더욱 알 수가 없다.
기업의 부정적인 경기 전망과 투자 계획 위축, 지자체의 모호한 산업 정책
3분기 전망에 대해 광주전남의 제조업, 비제조업 모두 비관적이다. 제조업은 7월 실적 전망에 대해 53p라는 낮은 수치를 보였고, 설비투자를 계획보다 감액하여 실행할거라는 대답이 더 많았다(85p). 비제조업도 7월 경기전망을 부정적으로 평가(66p)했다. 여수 산단의 대표 대기업들도 여수산단에 대한 가동 중지만 언급하고 있지, 새로운 설비투자 전략을 내세우지 못하고 있다.
과연 지자체와 정부는 불안정한 국제 경제 정세에 올바른 길을 찾을 수 있을 것인가? 적어도 아직까지는 광주와 전남이 지향하고자 하는 것과 실질적인 고용지표, 경기지표는 일치하지 않고 있다. 광주와 전남 모두 핵심 산업의 전환을 말하며 정부 지원을 요구하고 있지만, 당장 올 해 그것이 달성되기는 어렵다. 이제야 연구 용역 추경을 입안하거나, 내년에 지원 예산을 요청할 거라고 발표되고 있을 뿐이다. 즉, 2025년 수출 전망이나 업황이 좋지 않은 것에 대한 국내외적 반등요소가 없고, 지자체의 지원 방향도 모호하다. 기업은 기술 개발보다는 당장의 비용 감축을 우선하고 있다. 광주와 전남에게 2025년은 상당히 어두운 해가 될 것으로 보인다. 사회진보연대 광주전남지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