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5년 광주 · 전남의 경제 상황을 되돌아보며, 전세계적으로 유례를 찾아보기 어려울 정도의 급한 광역 행정 통합 추진과 2026년 1월까지 쏟아진 정부 지원 정책의 사회적 의미를 살펴본다.
2025년 경제 : 수렁에 빠진 전남, 고용이 하락한 광주
2025년 광주와 전남의 전반적인 경제 상황은 그리 밝지 않다. 애초 국제 경제의 불안정성이 2025년을 관통하고, 한국 경제 전반이 장기 침체에 들어선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서 광주와 전남의 적극적인 투자와 생산을 독려하기란 쉽지 않다.
그러나 그렇다고 하더라도, 광주와 전남의 경제 상황이 전국적 추세보다 하회하고 있다면 그에 대한 자체적 분석이 필요할 뿐더러, 위기를 겪고 있는 지자체의 운영 방향을 노정하기 위한 각고의 노력과 시행착오를 최소화하기 위한 장기적 관점이 요구될 것이다.
▲ 광주·전남지역 제조업 기업심리지수가 2025년 들어 전국적 추이에 비해 크게 하회하고 있는 모습(출처 : 한국은행 광주전남본부)
2025년 전남 : 코로나19 수준의 기업 투자심리 하락, 그리고 수출 악화
▲ 기업심리지수 구성지수의 기여도. 광주와 전남의 기업심리지수 격차를 알 수 있다. (출처 : 한국은행 광주전남본부)
광주·전남 지역의 기업심리지수가 전국 평균과 큰 격차가 나고 있다. 그 속내는 좀 더 심각한데, 광주가 100포인트를 넘어 평균을 웃도는 반면, 전남의 기업 심리는 2025년 7월부터 60포인트 대로, 코로나19 당시 수준까지 떨어진 것이 이유이기 때문이다. 근 10년 동안 손꼽히는 경기 위축이다.
▲ 광주·전남 생산 및 수요 지수(출처 : 한국은행 광주전남본부)
이러한 기업 심리의 상태는 기업의 생산과 매출이 하락하고, 공장 가동률이 떨어진 데 따른 것이다. 전남의 주요 제조업 비중을 차지했던 석유화학과 철강이 가격 경쟁력에서 중국에게 밀리면서 산업 자체의 위기가 발생했다. 그 결과 조선을 제외하고는 제조업의 업종별 생산 지수는 작년과 유사하지만, 수출액은 오히려 떨어지는 형국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6월 이후 설비투자실행지수(계획대비 수정 증감액) 또한, 79~86p로 계획 대비 감액한 업체가 더 많다는 것이 확인되었다. 산업 자체의 업황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 기술 투자도 되지 않는 수렁으로 빠져들고 있는 것이다.
2025년 광주 : 자동차·전자 중심의 회복, 그러나 고용 악화
한편, 전남과 달리 광주는 2025년 자동차·전기·전자 중심으로 회복세를 이어갔다. 그러나 생산지수를 보면 그 외 업종의 경우 하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자동차와 전자부품 또한 마냥 낙관적이라고 할 수 없는데, 지표는 전년 동기 대비를 의미하고 있기 때문이다. 2025년에 지표가 좋다는 것이 절대적 수치라기보다는 2024년에 비해 상대적으로 좋다는 의미이며, 정확한 업황을 보려면 장기간의 추세를 확인하는 것이 필요하다.
근 30여년 간의 주력산업 성장률을 보면 제조업 전반의 하향세를 부정하기는 어렵다고 할 수 있다. 더욱이 산업 현장의 자동화로 산업의 성장이 곧 고용의 증대라고 보기도 어렵다. 그 결과 2023년 11월 대비 2025년 11월 광주의 산업별 고용현황을 보면, 총 -4,507명으로 역성장을 기록했다.
▲원자료 출처 : 고용노동통계
그 중 가장 큰 원인은 제조업으로, 4,782개의 일자리가 사라졌으며, 정보통신업(-2,135)과 교육서비스업(-1,301), 건설업(-1,287)이 그 뒤를 잇고 있다. 전국에서 사라진 제조업 일자리 중 23.37%가 광주에서 발생했으며, 교육서비스업은 전국적으로 4,515개가 늘어난 것에 비해 광주에서는 오히려 역성장하는 모습이다. 고용이 없는 곳에 사람이 모일 리 없다. 이러한 상황에서 광주가 전국 17개 시·도 가운데 순유출률 1위를 기록하는 것(출처 : 국가데이터처, 2025. 1. 29.)은 우연한 일이 아니다. 광주지역 전출자의 주요 전출 사유 중 직업이 47%의 가장 큰 비율을 차지했다.(출처 : 국가데이터처, 2024년 기준)
광주·전남의 주요 산업이 급격히 부진에 빠지거나, 지역 경제 및 고용 성장의 동력이 되지 못하는 상황 속에서 지자체는 명확한 전략을 설정할 필요가 있다. 하나의 방향은, 회복세에 있는 전자, 자동차, 조선을 중심으로 지역 인재 양성과 고용 증대를 꾀하며, 침체된 산업의 경쟁력 제고를 지원하는 것이다. 또 다른 방향은, 침체된 산업을 연착륙 시키며, 지자체 주력 산업 전환을 통해 산업 간 고용을 이전하는 것이다. 그리고 2025년 말부터 2026년 1월까지 정부와 지자체의 행보는 후자를 선택한 모양새다.
유례 없이 급한 행정 통합, 그리고 2026년 1월까지 쏟아진 정부의 정책 지원 발표
산업 전환의 기회인가, 아니면 민주당의 매표 행위인가?
원자료 출처 : 정부 및 지방자치단체 보도자료
2025년 10월 국가인공지능(AI)컴퓨팅 센터 유치가 전남으로 확정되었고, 그 이후 12월 인공태양연구시설 유치가 나주로 확정되었다. 그리고 갑작스레 1월 2일 광주와 전남이 행정 통합을 선언하며, 관련 예산 지원 약속 뿐만 아니라 자율주행실증도시 선정 등 연달아 국가 정책적 지원이 광주와 전남에 쏟아졌다. 더불어 전라남도는 민간 기업의 금융 투자를 기반으로 하는 강진군 AI 데이터센터를 유치했다. 2025년 10월부터 2026년 까지 쏟아진 정책 사업의 총 규모는 약 27조에 달한다.
해당 정책들은 기존 주요 산업이 아닌, 새로운 산업에 대한 신규 투자의 성격을 갖거나 지자체가 자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예산 지원의 형태를 띠고 있다. 광역 행정 통합과 함께 전세계적으로 신규투자(또는 과잉투자)가 발생하고 있는 AI영역에 뛰어들며 관련 인프라 형성 등 지역 산업의 전반적인 체질 전환을 모색하고 있는 모양새다. 이는 중앙정부의 “5극 3특 국가균형성장” 추진에 힘 입은 결과다.
5극 3특 국가균형성장
5극 3특은 전국을 5개 초광역권(5극)과 3개 특별자치도(3특)로 재편하여 국가균형발전을 실현하려는 전략으로 제시되었다. 권역별 지역주력산업을 지원하고, 권역별 인프라 및 주거, 의료, 복지의 통합 연계망을 강화하는 것이 주된 목표다.
AI산업이 광주·전남을 핵심으로 전세계적 주도권을 가질 수 있는 국가 산업으로 자리잡을 수 있을까? 국내가 아닌 전세계적인 추세를 살펴보자. 2025년 3분기까지 미국 AI분야 벤처투자 규모는 약 1140억달러(약164조) 규모였다. 2026년 한국의 총 확정 예산 727조 9천억원의 22.5%에 달하는 규모이며, 부처별 예산 중 가장 많은 비율을 차지하는 보건복지부 예산(137조)보다 큰 규모다.
이 첨예한 산업 영역을 뚫고 나가려면 당연히 정부 정책 지원만으로는 어림없고, 민간 기업과 전문 노동자의 적극적 참여를 유도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그 뿐만 아니다. 제도 변화에 따른 각종 이권 다툼과 노동권 등 헌법 상의 기본권, 투자 지역과 기존의 지역 산업 과의 갈등 요소에 대한 조율 또한 신규 산업 형성을 뒷받침하는 주요한 역량이다.
광주시와 전라남도의 갈등 조율 역량은 어떠한가? 당장 광주시는 GGM의 노사 관계도 조율하지 못하고 있다. 공항 이전 문제 또한 2022년 논의하기 시작해서 광주와 전남이 자체적으로 합의하지 못하고, 2025년 12월 광주광역시, 전라남도, 무안군, 국방부, 기획재정부, 국토교통부의 6자 회동에 이르러서야 합의할 수 있었다.
이런 상황에도 불구하고, 지방 선거 전까지 광주와 전남의 통합을 완수하겠다는 계획은 전세계적으로 유례를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다급한 행보이다. 통합의 취지와 사회적 의미, 제도 변화에 대해 지역 사회 구성원들이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시간이 보장되지 않았다. 법률 상의 쟁점이나 통합에 따른 사회적 문제에 대한 염려들을 막대한 규모의 지원 약속으로 찍어 누르는 모양새다.
현재 약속된 27조원은 국가 경쟁력을 향상시킬 새로운 산업의 형성을 기대하기엔 충분하지 않다. 그러나 25년 국가 R&D 예산(29.6조) 전체에 맞먹는 헛되이 버려서도 안되는 막대한 재정 규모다. 이해관계자들의 지원 요청만 나열할 것이 아니라, 망망대해 속 가장 이상적인 길을 찾으려 지자체와 민간 기업, 시민 사회가 모두 ‘온 힘’을 다해야 하는 것이다. 기존의 산업 생태계, 실업과 고용의 문제, 지역적 인프라 형성과 제도 변화에 대한 사회적 합의를 형성하지 못한다면, 결과적으로는 산업 전환은 커녕, 행정 통합을 포함한 모든 정책 지원들은 지방 선거를 앞둔 민주당의 일시적 매표 행위에 그치고 말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