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들은 왜 취업을 위해 캄보디아로 갔는가?
출처 : '중소는 구인난, 청년은 취업난' 15년 만에 열린 민관 합동 채용박람회, 서울경제, 2025. 10. 21.
국제 범죄 집단에 의해 한 대학생이 고문 및 사망한 사건이 발생했다. 그 이후 청년들이 월 400만원 ~ 1000만원, 생활비 지급 등을 미끼로 캄보디아에 취업 사기를 당하고 있다는 얘기가 연일 뉴스를 달궜다. 취업 사기를 당하는 경로도 다양하게 밝혀지고 있는데, SNS나 널리 알려진 구직사이트, 알고 지내던 선배와 친구, 직장 동료 등이다.
캄보디아보다 먼저 취업사기의 문제가 되었던 것은 골든트라이앵글(미얀마, 라오스, 태국 접경 지대 경제특구) 지역이다. 외교부 발표에 따르면 2021년부터 골든트라이앵글 지역의 취업 사기 신고 접수가 있었고, 2023년에 들어서 급증(4건 → 94건) 했다. 그 결과 2024년 외교부는 골든트라이앵글 지역을 여행 금지 지역으로 지정하고, 취업 사기 주의 요망 보도자료를 발표했다. 그 이후 2024년에는 캄보디아 취업 사기 신고 건이 급증(17건 → 220건)했다.
국제 범죄 조직은 치안이 취약하고, 범죄에 용이한 나라로 계속해서 이동하기 때문에 한 국가나 민족의 문제라고 보긴 어렵다. 피해자가 가해자가 되는 범죄 과정은 가해자와 피해자를 엄밀하게 나누어 강력한 처벌만이 답이라고 하기 어려운 상황을 만들고, 국경은 가해자에 대한 추포도 쉽지 않게 만든다.
이 난해함 속에 일부 사람들은 사기를 당한 피해자에게 ‘고수익의 직장이 저소득 국가에 있겠냐’며 꾸짖고, ‘세상을 모른다’, ‘불법 업무인 것을 알면서도 간 거 아니냐’며 개인의 탓으로 몰아세우기도 한다. 그러나 절박한 사람일수록 사기를 잘 당하는 법이다. 개인의 안이함과 의도를 상상해서 꾸짖기보다는 청년들의 취업 압박이 구체적으로 어느 정도길래, 불분명한 해외 취업에도 쉽게 유혹 받는가를 먼저 살펴볼 필요가 있다. 사회적 조건을 살펴 개선하는 것이 개인의 각종 특성에도 불구하고, 취업 사기를 최대한 예방할 수 있는 길이 될 것이다.
한국 노동 인구 분석 : 인구 감소 시대 청년들이 받는 취업 압박
고령화와 인구 감소는 이미 익숙한 주제이다. 한국은행은 지난 9월에도 2042년이 되면 경제활동인구가 1만명이 되지 않는 도시가 15개가 늘어난다고 발표하며 인구 감소에 경종을 울리고 있다. 그러나 인구 감소의 ‘시점’이 2028년 이후라는 점은 부각되지 않았다. 즉, 현재 15세 이상 경제활동가능인구는 최정점에 도달했다. 심지어 당장의 신규채용 일자리는 줄어들은 모양새다(2022년 604만 5천개 → 2025년 546만 7천개, 통계청).
즉, 인구 감소의 예고와 다르게 청년들의 취업 기회는 더욱 더 줄어들었다. 전세계적인 정치·경제의 불안정성으로 기업들은 신입보다는 경력직을 우선시하고 있다. 그렇다면 2028년, 인구 감소의 시대로 돌입하면, 청년 실업 문제는 자연히 해결될 것이니 청년들에게 3년만 버텨보라고 할 수 있을까?
코로나 시기 자영업자들도 3년을 채 버틸 수 없어 추풍낙엽마냥 폐업의 길을 걸었던 걸 생각하면, 그저 ‘버텨라’라고 할 수도 없다. 더 큰 문제는 인구감소로 인해 노동력 부족이 발생하는 영역과 신규 노동자 유입 영역이 일치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2031년까지 운송업, 건설업, 제조업 분야는 노동 공급이 부족할 것으로 예견되는 데 비해, 부동산업, 공공행정·국방·사회보장·국제기관·외국기관, 사회복지서비스업, 교육서비스업에는 노동 공급이 증가할 것으로 예견되기 때문이다.(이철희, 2024)
즉, 청년들은 본인의 노력과 상관없이 앞으로도 장기간 취업난에 시달릴 수 있으며, 동시에 사회는 노동력 부족 상황에 마주할 수 있다. 직업에 귀천이 없다고 하지만, 직업의 종류에 따라 드는 노력과 비용은 다르다. 가족과 본인이 투자해왔던 길, 그 기대심리를 완전히 포기하고 벗어나긴 쉽지 않다. 예컨대, 지금 당장 노동력 부족으로 대표적인 농림어업 영역, 중소기업 제조업 영역은 이주노동자를 통해 노동력 부족을 해소하고 있다. 이 부분을 지금 당장 청년들의 주된 일자리로 제시할 수 있을까? 취업 사기가 노리는 것은 그 틈이다.
어떤 사회가 취업 사기에 덜 취약할 것인가?
자본주의 사회에서 돈을 목적으로 한 국제 사기 범죄를 박멸하기란 쉽지 않다. 일단 국제 범죄 조직이 도망갈 수 없을 정도로 거의 모든 나라의 치안과 경제 상황이 안정 되고, 부패 정치가 없어야 한다. 각 나라의 인권과 범죄 방지에 대한 인식이 향상되어야 하며, 국제 범죄에 대한 국가 간 네트워크가 철저히 구성되어야 한다. 긴밀한 공조를 위해 나라 간 갈등은 자제되어야 하며, 상호 신뢰성이 궤도에 올라야 한다.
이를 나라 간 외교 과제, 평화·인권 운동의 장기적 과제로 둔다고 하면, 지금 당장의 국내 과제는 최소한의 예방을 위한 노력, 구조적 취약점을 한국 사회가 어떻게 보완할 수 있을지 논의하는 것이다. 청년들에게 취업과 관련하여 공신력이 보장된 정보에 대해 접근권을 충분히 제공하는 한편, 기업의 다단계 하청 구조 및 열악한 생산 환경에 대해 혁신하는 것도 그 논의에 포함될 수 있을 것이다. 다시 말해 “어떤 사회가 청년들을 표적으로 한 취업 사기에 덜 취약할 것인가?”에 대한 답을 우리 스스로가 그릴 수 있어야 한다. 사회진보연대 광주전남지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