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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변화를 생각하다 - 두 권의 책이 던지는 질문들

책 『기후 변화가 전부는 아니다』 『만화로 보는 기후변화의 거의 모든 것』
기후 위기를 이야기할 때 우리는 대개 두 부류로 나뉜다. 믿는 사람과 부정하는 사람. 하지만 위기를 받아들이면서도 이를 둘러싼 담론에 의문을 제기한다면? 기후변화는 현실이고, 이에 대한 대응은 필요하다. 동시에 우리가 이 문제를 바라보는 방식—모든 것을 기후로 환원하고, 종말의 시계를 앞세우고, 도덕적 선악의 이분법으로 세계를 가르는 방식—은 되짚어볼 필요가 있다.
여기 소개하는 두 권의 책은 바로 이런 긴장을 보여준다. IPCC(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에 참여한 기후 과학자가 쓴 책은 '기후주의'라는 현상을 해부하고, 500쪽에 달하는 만화책은 생활방식의 집단적 변화를 촉구한다. 이 두 관점 사이의 거리는, 우리가 기후 위기에 대응하면서 놓치고 있을지 모르는 질문들을 드러낸다. 긴급성과 민주주의, 개인의 책임과 구조적 변화, 과학적 합의와 정치적 복잡성—이 모든 것을 꼼꼼히 살핀다면, 우리의 대화는 어떻게 달라져야 할까?

기후 변화가 전부는 아니다

기후 위기를 둘러싼 종말론적 관점은 어떻게 우리를 집어삼키는가
마이크 흄(지은이), 홍우정(옮긴이), 풀빛, 2024
세상의 모든 문제를 단 하나의 원인으로 설명할 수 있다면 어떨까? 그 원인이 대중을 행동으로 이끄는 강력한 동력이 될 수 있다면? "기후주의"는 이 매혹적인 질문에 대한 답을 제시한다. 언제나 그렇듯, 쉬운 답이 옳은 답은 아니다.
『기후 변화가 전부는 아니다』에서 마이크 흄은 이른바 기후주의의 특징을 이렇게 정리한다. 모든 문제를 기후변화 탓으로 돌리는 환원주의,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고 외치는 종말론, 그리고 모든 정치적 역량을 기후 재앙 저지에 쏟아부어야 한다는 터널 비전. 그는 특히 기후 대의에 동참하는 이들을 선으로, 어떤 형태로든 회의적인 이들을 악으로 규정하는 도덕적 이분법을 비판한다.
흄은 IPCC(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가 2007년 노벨 평화상을 수상하는 데 기여한 과학자다. 그가 분명히 하는 목표는 기후변화를 부정하는 게 아니라 진정으로 대응하는 것이다. 그가 보기에 현재의 기후주의적 열광은 바로 그 대응에 필요한 역량을 소진시킨다. 기후변화를 모든 것의 설명으로 삼는 순간, 정작 그것에 대응할 능력은 고갈된다는 것이다.

만화로 보는 기후변화의 거의 모든 것

필리프 스콰르조니 (지은이), 해바라기 프로젝트 (옮긴이), 다른, 2015
필립 스쿼르조니의 『만화로 보는 기후변화의 거의 모든 것』은 500페이지에 달하는 종말론적 설교처럼 읽힌다.
책의 마지막 단락에서 제시되는 처방은 익숙하다. 인류는 집단적으로 탄소 집약적 습관에서 후퇴해야 한다. 더 작은 차를 운전하라. 아니, 차라리 차를 아예 포기하라. 비행기를 덜 타라. 덜 소비하라. 그리고 이러한 새로운 긴축을 시행하기 위해 "행정적 통제"를 받아들이라. 저자는 권위주의로부터의 보호 장치로 "민주적 참여"를 언급하지만, 그 처방은 진지하기 보다는 설익은 답변 처럼 느껴진다.
그래서 불편한 질문들이 떠오른다. 대중을 설득해 자발적으로 그리고 집단적으로 생활 수준을 낮추게 하는 것이 가능한가? 대의가 충분히 정당하다면, 국가는 개인의 선택에 대한 통제를 강화할 수 있는가? 그렇다면 얼마나? 어떤 메커니즘을 통해? 통제의 정당성을 갖추기 위한 "민주적 참여"는 실제로 무엇을 의미하는가?
저자는 말하지 않는다. 대신 그가 제공하는 것은 유려한 그래픽 서사다. 기후주의라는 특정한 렌즈를 통해 세상이 어떻게 보이는지 궁금한 독자들에게, 이 책은 몰입적 경험을 제공한다. 또한 기후 변화에 관한 기본 지식과 그를 둘러싼 논쟁을 이해할 수 있는 입문서이기도 하다.
『기후 변화가 전부는 아니다』와 함께 읽기를 추천한다. 사회진보연대 광주전남지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