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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멸의 무기 앞에 ‘함께’ 서다

피폭의 숨결, 느끼다

8월 2일부터 10일까지 일본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서 일본원수폭금지협의회 주최로 2025년 원수폭금지세계대회가 열렸다.
사회진보연대 참가단은 첫날부터 마지막 날까지 세계대회에 참여하며 80년이 지난 지금까지 두 도시에 분연히 흐르고 있는 피폭의 숨결을 몸소 느꼈다.
그러나 이러한 분연함은 곧 멎을지도 모른다. 원폭 투하 80년이 흐른 오늘날, 원폭 피해 생존자의 평균나이는 86세이며 이들의 수도 얼마 남지 않았기 때문이다.
피폭자의 목소리를 미래로, 세계로 이어가자는 이번 세계대회의 핵심 메시지가 무겁게 다가오는 이유다.

피폭의 경험, 나누다

9월 10일 원폭 80년/해방 80년 기억을 계승하며 전쟁과 핵무기 없는 미래로! 한국-일본 피폭자 증언대회가 민주노총 주최로 서울 YWCA회관 대강당에서 열렸다.
기조연설에서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은 “핵과 무력에 의한 평화는 가능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오래 지속되지 못”하며 “단결과 연대는 핵무기와 전쟁이 없는 미래를 다짐하는 오늘의 자리가 더욱 의미깊은 이유”라고 연설했다. 장석원 금속노조 기획실장은 원수폭금지 2025년 세계대회 참가보고에서 “‘원수폭을 폐지한 첫 번째 세계대회‘에서 만날 것이라는 희망을 안고 연대”하자고 말했다.
이어서 다나가 시게미츠 일본원수폭피해자단체협의회(일본피단협) 대표위원은 생생한 피폭 경험을 전하며 “핵무기와 인간은 공존할 수 없습니다. 핵무기는 절멸만이 유일한 길입니다.”고 외쳤다. 이기열 한국원폭피해자협회 전 부회장은 “인류가 핵무기를 끝낼 것인가, 아니면 핵무기가 인류를 끝낼것인가.”라는 질문을 던지며 “나날이 높아지는 한반도의 핵 위협에서 벗어나서 핵 없는 세상, 평화로운 세상”을 만들어가자고 외쳤다. 심진태 한국원폭피해자협회 합천지부장은 원폭 피해자 2, 3세에 대한 관심과 조직을 당부했다.
<사회운동포커스 링크>

운동의 과제, 모색하다

9월 11일 금속노조 4층 대회의실에서 한-일 반핵평화 운동 교류회-반핵평화 운동의 연대와 모색이 일본원수폭금지협의회 주최로 열렸다. 노동·정치·사람, 녹색당, 보건의료단체연합, 비핵평화시민연대, 사회진보연대, 전국금속노동조합, 전환, 정의당, 평등의길, 평화와통일을여는사람들, 플랫폼C, 한국여성단체연합, 합천평화의집 13개 단체가 후원단체로 참여했다. 발표는 일본원수폭금지협의회, 전일본민주의료기관연합회(이상 일본측), 녹색당, 한국여성단체연합, 사회진보연대, 합천평화의집, 평등의길(이상 한국측)순으로 진행됐다.
일본원수협의 츠치다 야요이 사무국제담당 차장은 핵무기금지조약(TPNW)의 중요성을 역설하며, 일본 정부가 피폭국임에도 불구하고 핵무기 폐절에 동참하지 않는 현실을 비판하고 한국과의 연대를 호소했다. 전일본민주의료기관연합회의 키시모토 케이스케 사무국장은 평화와 인권, 생명의 평등을 조직의 이념으로 삼아 피폭자 지원, 오키나와 신기지 건설 반대, 평화 헌법 수호 등 일상적인 평화 활동을 소개하며, 군사 대결이 아닌 대화와 협력을 통한 아시아의 비핵 평화를 강조했다.
녹색당의 김찬휘 공동대표는 핵 피해의 진실을 드러내고 피폭자 연대 확장의 필요성을 주장하며, 핵무기와 식민주의의 깊은 연관성을 지적하고 우라늄 채굴지, 핵실험지, 핵발전소 사고 지역을 포함한 광범위한 피폭자 연대를 제안했다. 경기여성단체연합의 이정아 상임대표는 DMZ 접경 지역의 특수성을 배경으로 한 여성 평화 운동의 경험을 공유하며, 미군 위안부 문제 해결이나 지뢰 피해 여성 지원 등 구체적인 평화 의제를 제시하며 지역 여성 운동 내 반핵 평화 의제를 담아낼 방안을 공유했다.
사회진보연대의 김진영 정책교육국장은 1998년부터 현재까지 모든 핵무기 반대를 원칙으로 한 단체의 반핵평화 운동 역사를 조명하며, 북한의 핵무장과 미국의 핵 패권에 모두 반대하는 입장을 견지하고 핵무기금지조약에 대한 교육 및 선전 활동을 지속하고 있음을 밝혔다. 합천평화의집 이남재 원장은 한국인 원폭 피해자의 삼중고와 2, 3세의 법적 피해자 인정 운동의 필요성을 강조하며, 가해국의 사죄와 배상을 요구하고 더 많은 국가들의 TPNW 참여 요구 등 국제 연대 활동의 중요성을 피력했다. 마지막으로 노동자가 여는 평등의길의 이지연 활동가는 핵무기의 피해는 노동자 민중에게 돌아옴을 역설하고, 한국 노동 운동이 반전반핵 국제 평화 연대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것을 촉구했다.
<사회운동포커스 링크>

절멸의 무기 앞에 ‘함께’서다

핵무기는 특정 국가나 지역의 문제가 아니라, 인류 전체의 생존과 직결된 공동의 위기다. 피폭 생존자들의 증언이 증명하듯 핵무기와 인간은 공존할 수 없으며, 오직 절멸만을 불러온다. 그렇기에 반핵평화운동은 국경과 세대를 넘어선 연대의 과제이며, 지금 우리에게 주어진 가장 시급한 인류 공동의 책무다. 보충.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의 숨결을 기억하고, 한국과 일본의 피해자 경험을 공유하며, 전 세계 반핵평화세력이 함께 서는 바로 그 자리에서 우리는 핵 없는 세상은 불가능한 꿈이 아니라 반드시 이루어야 할 현실임을 다시 확인했다. 인류가 절멸의 무기 앞에 ‘함께’ 설 때, 비로소 미래 세대에게 전쟁과 핵 없는 평화로운 세상을 물려줄 수 있을 것이다. 보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