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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 전쟁 3년과 트럼프-푸틴 휴전협상을 바라보는 러시아 좌파의 관점

러시아 《포슬레》, ‘병합 없는 평화를 위한 좌파’의 우크라이나 전쟁 3주년 성명

역자 해설
한 달 이상 지난 지금도 휴전협상에 실질적인 진전이 없고, 파국으로 끝난 2월 28일 트럼프-젤렌스키 회담의 충격이 여전한 가운데, 당사자인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사회운동의 태도를 좀 더 자세히 살펴보고자 한다. 한국에서도 우크라이나 전쟁의 전망을 두고 많은 논의가 있으나, 그 속에서 현지 시민들의 목소리, 특히 사회운동에 대한 관심을 찾아보기 쉽지 않기 때문이다. 이들은 우크라이나를 배제하고 침략국 러시아에 면죄부를 부여하는 미러 간 휴전협상이 정의로운 평화가 아닐 뿐더러 세계를 위협한다고 공통적으로 지적한다.
먼저 이번에는 러시아 좌파 그룹들이 우크라이나 침공 3주년을 맞아 발표한 두 개의 성명을 싣는다. 다음 차례로는 우크라이나의 대표적인 좌파단체 ‘사회운동’(Sotsialnyi Rukh, SR)의 활동가이자 좌파 저널 《커먼스》(Commons)의 편집자인 데니스 필라쉬의 인터뷰, “좌파는 침략자를 달래려는 트럼프-푸틴 협상이 아니라 우크라이나의 정의로운 평화를 지지해야 한다”를 번역 게재할 예정이다.
이번에 소개하는 두 글은 각각 러시아 좌파 반전 매체 《포슬레》(Posle)와 ‘병합 없는 평화를 위한 좌파’(Left for Peace Without Annexations)의 성명이다. 우크라이나 침공 직후 창간된 러시아 좌파 반전 매체 《포슬레》는 러시아 제국주의 비판, 마르크스주의와 민족자결권, 러시아 내 반전운동 등의 주제를 다뤄왔다. 우크라이나 전쟁을 둘러싼 각국 좌파 내 논쟁을 소개하고 토론하는 장으로도 기능해왔다. 《포슬레》를 참고한 《사회운동포커스》 기사로는 “‘프리고진의 행진’은 무엇에 관한 것이었나?”(전문 번역), “푸틴의 ‘전쟁 동원’에 맞서는 러시아 반전운동”“뒤틀린 반제국주의와 평화주의를 넘어①”“뒤틀린 반제국주의와 평화주의를 넘어②”(인용, 발췌)가 있다.
‘병합 없는 평화를 위한 좌파’는 2024년 11월 독일 쾰른에서 열린 ‘포스트-소비에트 반전 이민자 회의’를 계기로 모인 러시아 사회주의자 그룹이다. ‘병합 없는 평화’란 현재 트럼프-푸틴 협상에서 논의되는, 러시아가 점령한 우크라이나 땅을 러시아 영토로 병합하는 안은 정의로운 평화가 아니라는 뜻이다. 즉각 휴전하고 우크라이나 내 러시아 점령지 주민의 자결권 문제는 (러시아군의 철군을 전제로 한) 해당 지역의 ‘국민투표’(referendum)로 해결할 것을 요구하자는 결의안이 쾰른 회의에서 제안되자, ‘병합 없는 평화를 위한 좌파’는 그런 ‘국민투표’로 우크라이나 민중의 자결권을 보장한다는 것은 기만이고, 러시아가 이 전쟁의 승자로 보이도록 내버려둔다면 국제안보가 훼손된다고 비판하며 새로운 결의안을 냈다. (회의는 두 개의 결의안에 참가자가 각자 판단에 따라 서명하는 것으로 마무리되었다.)
모든 러시아인의 의견이 같을 수는 없으므로, 이러한 사건은 현실의 논쟁을 반영한다. 그러나 ‘병합 없는 평화를 위한 좌파’가 지적한 대로, 우크라이나의 ‘사회운동’(SR), 솔리더리티 컬렉티브스(Solidarity Collectives)와 러시아의 ‘페미니스트 반전 저항’(FAR)과 같이 현지에 기반을 두고 활발하게 활동하는 조직들은 전쟁 발발 직후부터 지금까지 일관되게 우크라이나 민중의 저항과 자결권을 지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