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건설업의 부진으로 시작한 한 해
2025년 1월, 건설업에서 가장 많은 일자리가 줄었다.(-11만 4천명) 광주와 전남도 예외는 아니어서, 전년 동월대비 건설업 종사자는 광주가 -1,900명, 전남은 -9,247명을 기록하였다.
2025년 1월 고용인구 총 증감수(전년 동월대비 광주 -3,209명, 전남이 -12,611명)를 고려하면 건설업의 부진이 두 지자체의 일자리 하락세를 주도하는 주요 요인이었음을 알 수 있다.
돌파구를 찾기 어려운 광주 · 전남 건설업의 전망
2024년 12월 한국은행 광주전남본부(이하 ‘한국은행’)는 《최근 광주지역 주택시장 부진 요인 및 향후 전망》을 발표한 바 있다. 해당 자료에서 한국은행은 광주지역 건설 시장 규모에 비해 건설업체 수가 많아 주택수급불균형이 발생했음을 지적하고 있다. 건물의 실수요가 많지 않은데, 건설업체들이 당장의 사업체를 굴리기 위해 앞다투어 건축하다보니, 완공되고도 분양이 되지 않는 악성 미분양의 위험이 증가하는 것이다.
그에 따라, 한국은행은 실적 부진에 따른 경영 개선이 어려운 건설사에 대해 업종 전환을 지원할 것과 인구 구조 변화에 근거하여 1인 가구 중심으로 주택 공급을 변화 시킬 것을 제시하고 있다.
전남 또한 감소하는 인구로 인한 지역 소멸과 주택수급불균형은 오랜 과제였다. 더불어, 관계자에 따르면, “여수 산단의 토목 공사가 2024년으로 대다수 완료된 것”이 2025년 전남 건설 노동자 수의 급격한 하락세와 연관이 있다고 한다.
확실히 주택 수주와 착공에 있어 수도권과 비수도권의 격차는 심화되고 있다. 2025년 본격적으로 공사에 들어가는 3기 신도시 사업은 남양주, 인천 등 수도권을 중심으로 진행된다. 반면, 2024년 11월 기록된 악성 미분양 현황에 광주는 1,242호, 전남이 3,631호가 집계되었다.
경기 부진에 산업 및 인구 구조 문제가 더해진 건설 노동자 현실
사진출처 : 해럴드 경제 “건설업 한파에 공사현장 멈췄다”…일용직 일자리, 80만명대도 붕괴 직전”(25.3.1.)
2025년 3월 21일 13시, 광주시청 앞에서 건설노조가 집회를 열었다. 해당 집회에서도 건설 경기의 어려움이 호소되었고, 한편, 향후 복합쇼핑몰과 지하철 건설에서 지역 건설노동자를 고용하는 사안에 대하여 강기정 시장과의 협의를 진행했다는 내용이 언급되었다.
집회에 참여한 한 20년 경력의 건설노동자를 만나 현재 광주·전남 건설 경기와 건설 노동자 문제에 대하여 인터뷰를 진행했다. 건설 경기의 부진을 체감하느냐는 질문에, 건설노동자는 “예전엔 조합원 1000명이 있다면 그중 700명이 일하고 있다 할 수 있었는데, 지금은 4-500정도 일하는 상황이라, 확실히 경기가 어렵게 느껴진다.”라는 답변을 받았다.
그러나 그는 지금 당장의 광주 · 전남의 일자리 문제는 단순히 경기 부진의 문제를 넘어서, 건설 산업의 풍토가 변하고 있는 점에 기인한다고 뒷말을 이었다.
그는 ”일감을 가져오는 과정에서 정해진 일당 중심에서 평당 수행 가격으로 변하고 있고, 그 가격의 기준으로 최종적으로 노동자에게 지급되는 일당은 결국 기존의 일당보다 최소 1-2만원 낮은 수준으로 형성된다. 이전과 같은 노동 또는 그 이상을 해도 결국엔 더 낮은 일당을 받게 되는 것.”, “안전이나 제대로 된 건물을 짓는 것보다 낮은 가격에 빨리 짓는 것이 우선 시 되고, 낮은 임금으로 더 오래 일하는 젊은 미등록 이주노동자를 선호하는 일이 공공연해졌다.”, “서울에서 이주노동자 중심으로 팀을 꾸려 지역의 일자리를 휩쓸고 있다.”고 말했다. 그래서 실제 경기보다 체감하는 경기가 더 어렵게 느껴진다는 것이 그의 요지였다.
그러면서도 그는 노동자 간의 적대에 대해서는 선을 그었다. “이주노동자 개인의 문제라기보다는 금액 절감에 목을 메는 고용주의 문제이다.” 더불어 “경력 있는 내국인이 이주노동자를 가르치면서 일할 수 밖에 없는데, 이런 현실은 건설 산업 내에 제도로는 반영되어 있지 않다”며, 그는 “내국인의 전문성을 가시화하기 위한 단계별 자격 체계 도입”, “다기능 자격 보유 지향”, “날씨의 영향을 최소화하는 건축 기술의 발전”도 필요할 수 있겠다고 말을 이었다. 노동자 간 경쟁에 따른 가격 감축과 속도가 중심이 되는 것이 아니라 좋은 건물을 제대로 짓는 것을 중심으로 한 생산성 개선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지금의 건설업 현실을 보완하기 위한 의견들 너머로, 그는 다시 광주 · 전남 지역 건설업에 대해 비관적인 미래를 그렸다. “지역의 인구 감소”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면, 지금 당장의 고용 문제, 건설 경기 상황을 개선해도, 토목 건축의 미래는 어둡다는 것이다. 사람이 있어야 집도 짓고, 수선도 하고, 수로와 도로 정비 등 인프라 개선이 이루어질 수 있는데, 지금의 인구 변화는 건설업의 하락세만 눈에 선하다는 것이다.
그래도 변화는 시작해 봐야 한다
비관적인 미래를 예견하더라도, 변화는 시작해 봐야 한다. 건설 현장은 최근 몇 년 간 큰 사고들과 자재비의 중도 인상, 부실한 공사가 공론화되며 신뢰를 잃고 있다. 경기가 부진한 상황에서 업계에 대한 대중적 지지마저 잃는 것은 위기를 극복하는 데 일절 도움이 되지 않는다. 개별 노동자나 특정 집단을 탓하기보단 20년 경력 건설 노동자의 말대로 ‘좋은 건물을 제대로 짓는’ 건설 산업 구조를 형성해야 인구 구조에 기인한 지금의 장기적 불안정성을 조금이라도 견뎌낼 수 있을 것이다. 건설산업 구조를 혁신하기 위해 노동자-시민, 행정, 사업주의 종합적 노력이 필요하다. 사회진보연대 광주전남지부 
